여름 밤에 울려퍼진 아름다운 향기 (1)
내가 미향마을을 알게 된 것이 아마 5월 단오때 중랑천 행사를 마치고 작은 문화 터를 만드는 새로운 장소를 물색하면서 미향마을의 이름을 들었던 것 같다. 삼각산이라는 큰 산을 끼고 있으면서 높지만 구릉위에 많지 않은 작고 허름한 가옥들이 전혀 흉물스럽게 느껴지지 않으면서 삶의 여유로움과 도심에서 잊혀져가는 인간의 정을 물씬 풍기는, 말로만 듣던 미향마을을 처음 방문한 후 받은 감동은 작은 설렘이었다.
그동안 내가 생각하고 꿈꿔왔던 문화적 공간의 실현 가능성으로서 꿈을 만들 수 있는 장소가 아닐까 하는, 서울이라는 도시에 작지만 소담스럽게 자연과 함께하면서도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대단위 아파트촌까지 포근하게 감싸 안아 주는 공간으로 작은 열린 공간으로 손색이 없는 장소였다. 마을을 지키기 위한 기간의 과정들을 마을 분들에게 들으면서 단순한 문화적 행사가 아닌 문화 공간 운동으로 마을을 지켜내면서 행사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생각을 집중하기로 했다. 이것은 無에서 有를 만드는 작업이며 또한 마을의 존재가치를 떠나서 주위 분들에게 왜 이러한 마을이 중요하고 지켜내야 하는지 역시 이번 기회를 통하여 인식시켜야 하는 부분이기에 그저 단순한 문화행사 한 번 치루자는 그런 행사는 아니었다. 또한 이번 행사를 통하여 마을 사람들이 오래 동안 살아왔기에 주장하는 기득권과 이권타산적인 부분이 아니라 인간이 기본적으로 살 수 있는 공간으로의 인정과 예술적이고 생태적 공간으로서 타자들에게도 소중한 공간으로 함께 지켜낼 수 있는, 많은 이들에게도 함께 나눔과 상생의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었다.
얼마 전 평화박물관에서 에스페란토 평화연대 토론회 때 마침 우토르 마을 사진전이 있었는데 어쩌면 국가는 다를 지라도 마을 지켜내겠다는 마을 분들의 생각은 같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우토르 마을은 식민지 시절 일본 국가에 의해 끌려가 강제노역에 희생하신 분들이 만든 마을이다. 지금은 2.3세대까지 살고 있지만 전 후 60년 넘게 일본은 마을 을 철저하게 방치하고 버렸다. 도심의 빈민가가 되어버린 마을을 일본 정부는 개발이라는 논리로 마을을 없애 버리려고 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가 일본 사회문제로 확대되자 일본정부는 한국정부에게 55억에 팔겠다고 했지만 한국정부는 이 문제가 외교적인 문제로 번질까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래서 마을을 살리겠다고 한국의 뜻있는 문화인들이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우리 행사와 같은 날 ‘우토르 살리기 희망콘서트’가 명동성당에서 열리는 날이었다. 우리는 ‘미향마을에 춤과 노래라는’ 부제로 같은 날에 행사를 하고 있기에 어쩌면 국경을 달리하지만 마을을 지키고 살리겠다는 생각은 우토르나 미향마을 이나 같다고 할 것이다.
자기가 평생을 살았던 집, 마을이 없어진다면 그것은 어떠한 논리로라도 그 곳에 꿈과 추억을 가직하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설명이 되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초등학교 이전에 살았던 시흥이라는 집과 마을에 대한 추억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지만 그 곳은 이미 십여 년 전에 도로가 나있어 살던 집의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다. 또한 초등학교 이 후 고등학교까지 상도동에서 살았는데 그곳 역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기에 어릴 적 뛰어놀던 추억이 송두리째 날아가 버린 것 같다. 서울에 살면서 이사 안가고 온전히 40-50년을 한 지역에서 살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서울이라는 도시는 거주민들에게는 자신들의 삶을 위해 이사를 가면서 추억을 까먹고 살아야하는 거대한 공간인지도 모른다. 그러한 지우개 도시에 사는 서울 사람들에게 고향이라는 아니 자신들의 추억들을 간직한 마을이라는 기억들이 얼마나 있을까? 몇 십 년이 지난 후 우연히 간 마을에 자신이 살던 동네와 집이 그대로 나아 있다면 얼마나 반가울까? 그동안 잊고 지내던 과거의 추억들이 하나 둘 머릿속 에서 튀어 나오면서 당시 함께 놀던 아이들이 금방이라도 저 쪽 골목에서 뛰어 올 것 같은 생각이 들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개발이라는 논리로 너무나 많은 추억의 소중함 들을 함께 묻어 왔는지 모른다.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행사 공연자들 역시 미향마을을 사전에 와 보고 행사에 대한 의의를 다지기 시작하면서 예산 0원 (한푼없이)으로 시작하여 모든 것을 만들어 나가야 했다. 준비팀에서 작은 역할분담이 느슨하게 만들어지고 조은(전쟁없는 세상)이 웹자보를 만들고 단체에게 알리기, 홍보는 행사에 대한 홍보도 있지만 이번 행사를 통하여 미향마을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 첫째의 목적이었다.
미술인회의와 문화연대 실무자들도 장소를 와 보면서 관심을 보였지만 당시 FTA 문제로 항창 바쁜 시기였기에 행사 이후의 결합을 고민하기로 했다. 문화, 평화, 환경단체를 위주로 홍보를 하고 꼬미(꿈찾기)의 솟대 제작과 이어 행사 전달 장승, 솟대 세우기가 순조롭게 진행 되면서 행사는 시작되었다.
행사는 길놀이 판굿, 소지올리기, 인사말에 이어 퓨전댄스, 난타, 어린이 풍장놀이, 사물놀이 시조, 기악합주, 가야금독주, 판소리와 민요, 주민 장기자랑 순으로 무단히 진행 되었다. 하지만 지나고 나서 생각하면 재미있는 추억이지만 당시 길놀이가 시작되고 한참 판이 달아 올랐는데 갑자기 억수 같은 장대비가 내리기 시작하면서 행사장 마을 마당이 비를 피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사람들의 혼란과 뒤이어 비를 피해 숨어있는 사람들을 향한 사회자의 비속의 멘트가 이어지면서, 약 한 시간 정도 되었을까? 공연자체가 불가능한 와중에 비가 감쪽같이 멈추어 주었다. 우리는 끝까지 남아있는 분들을 위해 판을 정리하고 행사를 계속했다. 전력문제, 비로 인해 조명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너무나 멋있고 헌신적인 춤판을 벌여주신 퓨전댄스 팀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또한 이 번 행사를 위해 열심히 연습 해 멋있는 팀웍을 보여주신 성북전동차 풍물패 ‘땅울림’과 회기동 풍물패 ‘신명누리’, 언제나 귀염둥이인 희망세상 ‘어린이 풍물패’ 이러한 모든 것들이 가능하게 하신 짓패. 희망세상의 회원 여러분이 있었기에 이 번 행사가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곳곳에 심어져있는 과일수들 - 배가 주렁주렁
태평무 |
정가악회분들 |
마을정경 |
조기선님의 판소리 |
길놀이 |
양인영님 |